그래도 살아난다 by gemma





 
사무실 창가에서 메말라 가고 있는 화분을 물속에 담가두었다. 


꽃집에서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면서 분갈이를 한 화분처럼 시들했던 나에게 동료 들마저 없었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아침마다 커피를 함께 마시고, 해가 지면 함께 퇴근한다. 함께라는 단어가 몸으로 느껴지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내일 아침 열쇠를 넘겨주고, 공과금을 수납하고 나면 꽃집 일이 마무리 된다.

교육원 수업 때문에 과천으로 시장 조사를 갔었다. 화훼단지에 가득한 봄꽃들 때문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조만간 꽃집을 개업하는 친구가 오면 잘 부탁한다는 말씀을 드리러 갔다가 농원 사장님께 커피까지 대접을 받고, 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님을 두신 대리님께 화분 몇 개를 드리며 꽃 이름을 메모해 두었다고 했더니 대리님은 이미 다 알고 있단다. 응? 정말이요?  - 아까 다 들었어요. 캘리포니아! (아니 그건 원산지입니다아아!)



꽃도 없는 꽃집에 누가 올 리도 없을 텐데 나는 그 빈 꽃집에 몰래 가서 아주 잠시 서성이다 오고는 했었다. 

아침, 저녁으로 인사를 나누었던 꽃들이 그립기도 했고, 커피나 밥을 나누었던 동네 친구들이 그립기도 했고, 추위가 심한 날이면 잠자리가 염려되는 얼굴들이 떠올라 힘든 마음을 어쩌지 못해서였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 네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도 교만이란다. 하느님은 또 누군가를 보내셔서 그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시지. 

잘 해보려는 생각이 지나치면 주는 마음만 앞서 가고, 결국 모든 것이 내 만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나는 이 욕심 사나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꼭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가장 좋은 때에 각각의 사람들에게 다가갈 거라고 믿는다.
내가 아니어도 그 사람은 좋은 인연을 만날 거라고 믿는다. 

메말라 죽어가던 화분들이 파란 물통 속에서 살아났다.
부끄러움과 알 수 없는 혼란스러움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나도 살아났다.

죽어가던 모든 것들.. 그래도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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